[영화와 심리치료] 딜레마(Dilemma),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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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을 마지막까지 다 보고나서, 그리고 극장 문을 나서면서까지 내내 따라오는 감정은 '답답하고 불편하다' 였다. 영화는 썩을대로 썩은 권력자들을 향해 기본에 충실하자고 항변한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라는 송강호의 명대사가 그렇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대통령의 권한을 살펴보면 행정부의 최고수반으로 법률을 집행하고, 국가 긴급상황시 명령권을 가지며, 국군의 최고 통수권자로 군을 통솔하고 공무원을 임명하는 권한을 가진다. 이것이 딜레마의 시작이다.
우리 사회는 역동적인 근대사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수많은 사회적인 문제들을 목격해야만 했다. 그것은 대통령으로만 권력이 집중된 독재적 국가권력이 가진 폐해의 일부였다. 1970년대 근로기준법의 이행을 촉구하고,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라고 외치며 분신한 청계천 평화시장의 미싱사였던 전태일(全泰壹)의 죽음과, 88년도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로 대변되는 탈주범 지강헌 사건 등은 사회적인 모순을 바로잡고 편중된 국가 권력의 하향과 평준화를 요구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한 사건들이었다.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드립니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 초 부산이다.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은 명함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그는 남들이 뭐라하든 돈만 되는 일이면 변호사의 명함을 들이미는 사람이다.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대전지법 판사가 되나 곧이어 사표를 제출한다. 명문대학교 빽인 학연(學然)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업계 고등학교 최종학력에 돈도 빽도 없는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 그로서는 아내와 자식만을 잘 입히고 잘 먹이면 그만이다. 과거 경험의 트라우마를 통한 전형적인 자기보호를 보인다.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당시 품위 있는 변호사라면 감히 해서는 안되는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자문 등 하찮은 일에도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보인다. 판단은 적중해서 어느덧 그의 아이템은 변호사 시장에서 블루칩이 되어버린다.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고 돈 잘버는 변호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운명이란 변수는 그를 사건의 주인공으로 끌어들이고만다. 그에게는 있을 수도, 생겨날 수도 없었던 사회적 정의감이 그의 발목을 잡아버리니 말이다. 한 대학생에게 걸린 국가 보안법이라는 위기의 사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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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는 곤혹 또는 당혹감을 일으키는 상황을 의미한다. 극(劇)에서 딜레마는 두 가지 상반하는 행동과 욕망, 도덕과 방편 혹은 삶이냐 죽음이냐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등장인물을 그린다. 딜레마의 표현은 역동적인 연극을 만들며 세가지의 경우 트릴레마라고도 한다. "국가가 무엇인줄 아느냐?" 부패한 국가권력으로 대변되는 고문 혐의자인 차동영 경감은 송우석 변호사에게 묻는다. 영화 속 딜레마의 명확한 대비는 송우석 변호사와 차동영과의 이분법적인 구도로 대비된다. 송우석이 국민을 국가로 생각 할 때, 고문 경감 차동영은 '빨갱이' 를 색출하여 나라를 지키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을 한다. 차동영은 6.25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고문 중에도 애국가가 울리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법정에서도 핏대를 세우며 당당하다. 그가 하는 행위는 절대적으로 애국하는 것이고, 애국적인 행동은 국가에 의해 정당화 되므로 나라를 바로세우는 정의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즉 국가권력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마음대로 휘두르는 자신이 국가인 것이다. 차동영은 선량한 국민을 잔혹하게 고문하고 빨갱이로 만드는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왜 그렇게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그는 이미 공무원의 신분으로 최고 권력자에게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명령이라는 면죄부를 받고 시작하는 일이니 국민을 죽이더라도 죄책감 따위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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