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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현 대표님의 [한국의 전통다화]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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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ㅇㅇ 조회 3,918회 작성일 2021-11-19

본문

‘차’는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주제보다는 대표님의 책이니까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직접 책을 전해받았고 서문을 읽었습니다.

 

불교와 연이 있고

값비싼 골동품을 모아 박물관을 준비 중인

시인이자 사진작가, 심리상담센터의 대표이며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있는 어른의 차에 관한 이야기.

역시 이런 책은 내가 여유가 있을 때 읽어야겠다며

차 한잔과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에 앉아

책 읽을 때를 기약했습니다.

 

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단번에 많은 것을 보려하는 욕심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을 가려보지 못하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행은 주요한 테마가 있으면

신이 나게 마련입니다.



나의 테마는 무엇인가.

나는 왜 아프면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테마는 즐거움인데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내 욕심을 책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처음 소개되는 동백이 내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흰 눈 속, 새빨간 꽃잎 안, 노랑 술의 사진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동백이 가진 의미도 좋았습니다.

나도 이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읽다 보니 매화가 더 끌렸습니다.

그러다 연꽃으로 마음이 갔습니다.

이유는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습니다.

아는 꽃이 많지 않았습니다.

 

책 읽는 전반부에는 전통다화를 대중화시켜서

큰 돈을 벌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벅스의 북적이는 사람들의 잔 속에

전통차가 담겨있는 상상을 했습니다.

금세 인기를 얻고 대중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좋은 사업 아이디어라니!

차를 곁들여 꽃을 감상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하니

카페 인테리어는 꽃을 더하고,

테이크아웃 종이컵에는 꽃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차가 대중적이지 못한 것은

다도의 예법이 치성하게 발달해서가 아니라

인스턴트커피와 같이 다양한 추출기계를 발전시키지 못했고

그에 따르는 사업가의 마인드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꽃무늬만 다르지 비슷비슷한 인테리어와

비슷한 공간에서의 전통다화라.

그건 기존의 카페에서 차 종류만 늘려도 될 일이었습니다.

그건 아니지 않은가. 전통찻집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책을 접어두고 인사동으로 나섰습니다.

연달아 이어진 기와지붕, 기와지붕 아래 난 큰 창,

큰 창 안의 유리컵에 꽂아둔 꽃이 밖을 내다보는

나무 기둥이 있는 찻집에 들어갔습니다.

물화분에 띄운 꽃, 찻집 곳곳에 놓인 꽃들,

다과상 위의 꽃병, 마당에 풀들,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온기,

소담소담 피어나는 이야기꽃이

모두 어우러져 찻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찻잔 안에 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테이크아웃 잔에 담기엔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물이 아니라 공간을 담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꽃그림이 아니라 꽃향기, 온기, 정서를 담아야 했습니다.



풍류가 그런 것일까요?

 

여유가 있는 안에 기품이 있고, 충전하는 쉼. 멋지게 노는 것.

숯먹과 갈붓으로 쓰인 시는 비나 이슬에 씻길 것인데,

씻기건 말건 아랑곳이 없다는 말이 맴돌았습니다.

자연과 거스르는 일이 없는 우리 전통다화가 내게

누가 보건 말건 아랑곳하지 말라고 일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자연스러움은 여유에서 오고

여유는 내 마음에서 오고

내 마음이 속박되거나 흔들리지 않을 때

여유를 즐길 수 있겠구나.

숯먹과 갈붓마저 챙겨 채비하려는 내가 보였습니다.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하면서요.



결국, 전통다화에 대한 보여주기식 대중화보다는

정신적인 것을 우선적으로 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전통다화로 부자가 되려는 계획은 대대적인 수정을 요했습니다.

한자로 읽기 더뎠던 설명이 재미있어졌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드는 물음은 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왜 꽃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냥 차 마시기가 아니라 왜 꽃을 얘기하는 것일까?

차 마시는 데에 장소의 힘을 왜 이야기할까?

그 장소에는 왜 꽃이 있나? 그 힘이 무엇인가?

꽃을 즐기는 선비의 정신은

‘내가 정한 마음’, ‘내 정신을 지키는 힘’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정하고 지킨 마음을

끝까지 피워내는 것이 꽃을 말하는 것인가.

그래서 꽃인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꽃이 예뻐서 좋은 것인지,

예쁘니까 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왜 예쁜 것이 좋은지, 예쁘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생각해봅니다.

보이는 부분이 예쁘다는 것에서

꽃이 가지는 의미를 예뻐하는 것까지 예쁨의 폭을 넓혀봅니다.

폭을 넓히니 예뻐할 것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누구를 위해 피우지 않았는데,

그저 피어난 그 때깔로 구원을 준다니요.

꽃이 대단한 것인지, 그것을 찾아낸 눈이 대단한 것인지.

산에, 들에, 집에 있는 꽃을 만나면 들여다보렵니다.

 

박물관에 가면 저절로 마음이 조용해지고

집중이 되는 까닭은 유물이 품은 이야기를

눈과 마음으로 듣고자 함이겠지요.

골동품의 매력도 물건 자체와 더불어 안에 담긴

정신세계를 탐구하고 닮고 싶은 마음에 있지 않을까합니다.

정신세계를 탐구하여 얻은 깨달음으로 자유로워지려고요.

얼마얼마라는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에 놀라기 전에

왜 얼마얼마가 되었는지 아는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요?

어렴풋이 짐작만 해봅니다.



읽을수록 책이 내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차, 꽃, 궁중다화, 조선왕실의 정원, 왕궁의 다화,

선조들의 차문화, 화분, 화병,

한국의 다화와 속화,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선비들,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의 꽃그릇, 다화로 전하고 싶은 말은

바로 맨 앞에 손글씨로 남겨주신 것처럼 나답게,

나로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차를 이렇게 마시고, 저렇게 느끼고를 알려주려는 것보다

전통다화의 정신을 깨쳐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유와 즐거움을 느끼면서요.



그래서 제게 이 책의 주제는 ‘나로 살기’입니다.

차 한잔과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에 앉을 때를

기다려 책을 읽었다면

책의 의미를 모르고 지났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책 읽을 기회가

아예 찾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손 때 묻혀가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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