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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ㅇㅇ 조회 3,774회 작성일 2020-04-27

본문

어린 시절부터

남을 먼저 배려하고 내가 손해 보더라도

남들에게 싫은 소리 안 들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지나가다 어르신들이 보이면 누군지도 모르면서

항상 두 손모아 고개숙여 인사드리고 지나가곤 했습니다.

크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는 금방 소문이나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 예쁜 아이가 너구나.” 합니다.



어느 해인가,

그 아이는 저녁 무렵 동네 놀이터에서만 보였습니다.

이제는 누가 지나가도 인사를 하지 않고

개미들이 지나다니는 모래 낀 썩은 나무만을

긁고 앉아있습니다.



푸른 나뭇잎의 그림자가 그늘을 드리우는 그 자리는,

그 아이가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자리입니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어머니가 꼭 찾으러왔던

약속의 장소와도 같은 곳이었지만

두 번 다시 어머니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거나, 집에서 혼이 나면

그리고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을 때 그 곳을 찾곤 했습니다.

지나가는 친구들이 묻습니다.



"넌 여기 왜 매일 와있니? 같이 소꿉놀이할래? "

"싫어."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흐릅니다. 이 아이도 자랍니다.

외로웠든, 행복했든, 울었든, 웃었든, 모두에게 시간은

잔인하리만큼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책으로 써도 모자란 그 아이의 깊은 외로움과 설움은

책을 써야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진 빠지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마치 기록되지 않는 모래사장의 글씨처럼.

그렇게 천천히 바람에 날려 흩어져 사라집니다.

어느 날엔가 열린 결혼식에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연락이 닿지 않아

고모, 고모부가 앉아 그 아이의 눈물을 대신 흘립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이 결혼식이 끝나면 인생의 2막이 열리고,

나는 전과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아 갈거야.

슬펐던 외로웠던 인생은 오늘로 끝인거야. 행복의 시작인거야.

그리고 이 행복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이 아이의 옆에는 제법 근사한 신부가 서있습니다.

명문대를 졸업한 대기업 7년차의 경력을 가진 능력있는 여자가

이제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그림자를 드리워줍니다.

이곳은 마치 천당과 같아서 썩어 있는 나무도,

그 틈을 지나다니는 개미무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뿌리의 끝이 보이지 않고 높이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큰 이 나무는 따뜻한 햇살에 살살 부는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게 해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절은 따듯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느 덧 날은 더웠고, 시원한가 싶더니 추웠습니다.

돌아보니 나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뿌리는 여기 있는데 저 커다란 나뭇잎은 태양을 따라갑니다.

비가 오면 우산이 되어주고, 눈이 오면 난로가 되어주던

따듯한 나무는 이제 더 이상 그늘을 드리우지 않습니다.

태양이 너무나 따듯했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썩어있던 나무는 항상 그늘을 드리워주었는데,

나는 이 그늘이 그 그늘인 줄 알았네"



나무가 태양을 따라 자라버려서 제대로 쳐다 볼 수조차 없던

이 아이는 그제 서야 자기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엄마를 기다리며 보았던 개미가

나의 키보다 커졌습니다.

이제는 개미 떼가 아이를 쫓아옵니다.

앞이 어딘지도 모르고 달리던 아이는 넘어지고 구르다

낭떠러지에 떨어져 정신을 잃고는 시원한 햇살에 눈을 뜹니다.



누군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섭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 채 따라 걸었습니다.

진흙탕위에 떨어져 많이 다치진 않았나봅니다.

때로는 불구덩이를 지나고 때로는 산을 오르고

때로는 바다를 헤엄쳤지만, 내 몸이 타는지, 땀범벅인지,

다 젖었는지 모른 채 그 먼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보니 그 곳은 제 2의 인생을 살기로 한

처음의 그 곳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무는 온데 간데 보이지 않습니다.

태양도 보이지 않습니다. 빛을 비추는 건

저 먼 발치에 흐릿하게 보이는 외로운 등대뿐입니다.

이 곳도 비추고 저 곳도 비춥니다.

푹신한 발의 느낌이 기분 좋아 바라보니

잔디 하나가 그 등대를 향해 고개를 내밉니다.



이제는 내 몸이 그늘을 만들어주는데

이 잔디는 이미 저 등대를 향해 자라버렸군요.

잠깐씩 비추던 인공적인 후레시 빛이 태양인 줄 알았나봅니다.

에게, 그 커다랐던 나무가 사실은 겨우 잔디 한가닥 이었어?



다시 썩은 나무를 찾아가보니 어머니가 앉아 계십니다.

그 나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썩은 채 가만히 있습니다.



세상이 너무나 넓은 줄 알았더니 내가 너무나 작았던 것이고,

잔디 한가닥 지켜줄 빛을 보여주지 못해

잔디는 등대를 따라 자라버렸습니다.



그 모든 아픔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내었던 것이었고,

이 세상은 그 아픔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내 등에 메달려 있던 아픔은 어딜 갔는지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습니다.

저 멀리 기어가는 개미만한 것이 그것인가 봅니다.



세상아 날 좀 봐주라 하던 나를 향해

세상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

차주현대표님과 000 내담자 간의 한단지몽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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